이게 팝콘 무비다
궁금했습니다. 잘 나오기를 바랐고요. 코로나 19로 인해 대형 작품들의 개봉 일정이 연기된 상황에서 [고질라 vs 콩]은 2021년 그 포문을 열어 줄 1번 타자나 마찬가지였으니까요. 그래서 그 꽉막힌 혈을 뚫어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습니다. 예고편은 훌륭했습니다. 두 거대한 괴수 두 마리가 붐!하고 뱀!하고 쾅!했으니까요. 이제 남은 것은 본편이었습니다.
박수를 쳤습니다. 훌륭했습니다. 일단 욕심을 부리지 않았습니다. 괴수 영화에서 인간은 조연이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앞선 시리즈에서도 느꼈는데, 진짜 그대로 조연으로 내비두었습니다. 주연은 고질라와 콩이었고, 영화 [고질라 vs 콩]은 이 두 주연배우에게 올인했습니다. 대사도 거의 없지만 화면을 채운 둘의 존재감만으로도 확실하게 주연배우란 이런 것이다라는 것을 느꼈고요.
영화 [고질라 vs 콩]은 제작사인 레전더리 픽쳐스와 워너가 함께 손잡고 만든 몬스터버스의 4번째 영화입니다. 2014년 [고질라]를 시작으로 2017년 [콩: 스컬 아일랜드], 2019년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에 이어 선보인 것이죠. 시리즈를 다 본다고 해도 이 시리즈는 정교한 세계관처럼 보이지는 않습니다. 두 거대 괴수를 한 화면에서도 묶어 놓고자 세계관을 후딱 만든 느낌이랄까요. 그러다보니 놀랍게도 앞선 세 편의 시리즈를 보지 않아도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그냥 [고질라 vs 콩] 단독 영화라고 생각하고 봐도 괜찮을 작품입니다. 그래도 모든 시리즈를 다 본 사람들이라면 전작인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 2019]에 출연했던 밀리 바비 브라운과 카일 챈들러가 나온다는 점이고, [고질라]와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에 와타나베 켄이 맡았던 이시로 세리자와의 아들인 렌 세리자와가 이번 작품에 등장하는 깨알 재미 요소는 있습니다.
영화 [고질라 vs 콩]은 절대 먼저 공격하는 법이 없던 고질라의 갑작스런 습격과 앞으로도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을 대비해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할로우 어스(지구공동설이라 하며 지구의 속이 비어있으며, 그 빈 공간에 또 다른 세계가 있다는 설) 라는 지구 속 또다른 공간을 찾아가고자 콩을 이용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입니다. 두 괴수는 태초부터 라이벌이고 만나기만 하면 절대 굽히지 않고 누구하나가 녹다운될 때까지 싸우는 사이죠. 그렇기에 두 괴수의 만남은 자연스레 인류의 재앙이기도 한 지라, 같은 공간에 두려 하지 않지만 그런 상황이 만들어질 수가 없기에...
[고질라 vs 콩]은 인간 배우들을 통해 과학적인 설명과 여러 이론등을 대사로 보여주기는 하지만 이는 영화를 보는 데 사실 큰 상관은 없습니다. 영화 오프닝씬에서 이 영화가 가고자 하는 방향을 보여주니까요. 앞선 시리즈에서 두 괴수가 다른 괴수들과 싸웠던 것들 그것이 마치 대진표처럼 만들어지고, 결국은 파이널 매치가 성사될 것이다, 기대해라라고 말이죠.
아담 윈가드 감독은 그 파이널 매치를 확실하게 보여줍니다. 인간 캐릭터는 이 파이널 매치를 성사시키기 위한 최소한의 바람잡이 역할이고요. 본격적으로 맞붙는 두 괴수의 매치는 전반부와 후반부에 몰려 있는데, 후반부에는 기대하고 기대하던 메카 고질라까지 등장시켜 트리플매치까지 성사시켜 보는 재미를 업그레이드 해주요. 2시간 남짓의 러닝 타임 동안 [고질라 vs 콩]은 관객들이 가장 보고 싶어했던 장면들을 적재 적소에 배ㅣ치했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극장에서 엄청나게 큰 사운드와 대형 화면에서 즐겼으면 더 좋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고 있고요. 아이맥스도 좋고 4DX와 같은 특별 상영관이라면 그 느낌이 더해ㅣ지는 것은 분명합니다. 개인적으로는 4DX로 보는 걸 추천하는데, 오랜만에 놀이공원 롤러 코스터 탄 느낌이 들 정도로 후반에 몰아치다보니 신나더군요.
앞서 말했지만, 세계관이 있는 작품임에도 정교함은 떨어지고 개연성은 더더욱이 찾기 힘들며 인간의 역할은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작품입니다. 아무 생각없이 즐기기에는 매우 좋지만, 생각을 하고 보기에는 다소 아쉬운 작품이기도 하죠. 그렇지만 거대한 캐릭터들이 치고 받고 싸우는 것을 이 영화의 핵심이다라는 메시지를 놓고 보면 앞선 시리즈 가운데서는 최고입니다. 감독 역시 괜한 욕심 부리지 않은 것 같고 두 괴수의 매치를 어느 부분에 붙이고, 어떻게 보여주여야 하는지, 그리고 제대로 두 괴수의 매치가 모두가 확실하게 볼 수 있도록 환히 보여주고자 했다는 점에서는 박수를 보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