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편의 교과서가 아닐까?
2018년 4월, 국내에서 '소리내면 죽는다'라는 카피와 함께 개봉했던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에밀리 블런트 주연의 공포 영화라는 것이 마케팅 포인트였을 뿐입니다. 남편인 존 크래신스키가 각본과 연출을 맡았지만, 존 크랜신스키 역시 배우로서도 더 유명할 뿐이지, 감독과 작가로서는 눈에 띌 만한 작품을 만들지는 못했기 때문입니다. 아, 마케팅 포인트가 하나 더 있었네요. 바로 마이클 베이가 제작했다는 것이요. 2018년도 이 작품이 개봉했을 때는 그랬습니다. 그리고 3년이 지난 2021년 [콰이어트 플레이스 2]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마이클 베이의 이름값은 필요 없고, 존 크래신스키 감독에 대한 의심도 이미 사라졌습니다. 단순 공포 영화라고만 생각했던 1편의 성공은 [콰이어트 플레이스 2]를 완전히 다른 작품으로 만들었습니다.
물론 이 작품을 만드는 사람으로서는 전편의 성공으로 인해 속편 제작은 불가피했다는 것을 알았기에 전편 보다 더 높은 수익을 거둘 속편을 만들어야 된다는 부담감이 생길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시리즈가 더 나오지 않더라도, 1편으로도 충분히 괜찮은 작품이었으니까요. 특히, 쉽지 않은 주연 캐릭터들을 제거해버리면서 어쩌면 속편 제작 가능성을 더 낮추려는 의도도 있을 것입니다. 감독 입장에서는요.
그런데 속편은 만들어졌습니다. 상업 영화의 운명이죠. 잘 되면 더 만들어야 하는 것이요. 궁금했습니다. 이런 류의 영화들의 속편은 전편을 답습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좀 더 많은 캐릭터를 등장시키고, 규모를 키우는 걸로 1편이 갖지 못한 신선함을 메꾸니까요. [콰이어트 플레이스 2]도 그랬습니다. 좀 더 많은 캐릭터를 등장시켰고, 규모도 키웠습니다. 그런데 [콰이어트 플레이스 2]는 오히려 1편에서 살아남은 애봇 가족에 좀 더 초점을 맞췄고, 그 가족들을 떼어 놓으면서 애봇 중심의 확장을 이뤄냈습니다. 외부 캐릭터를 속편의 주연 캐릭터로 편입시킬 수도 있었을텐데, 오히려 기존 캐릭터의 힘을 더 키워줬다고나 할까요. 1편이 에밀리 블런트와 존 크래신스키가 나눠가졌다면, 2편은 에밀리 블런트를 중심으로 큰 딸 역의 밀리센트 시몬스와 둘째 노아 주프가 함께 나눴습니다. 그리고 이 뒤를 킬리언 머피가 잘 받쳐주었습니다.
[콰이어트 플레이스 2]는 전편에서 내용이 이어집니다. 영화 초반은 그것들이 갑자기 등장했던 첫번째 날을 보여주고 난 뒤, 바로 현재로 이어집니다. 아이들 대신 죽음을 선택한 아빠의 빈 자리를 엄마 에블린은 아이들을 데리고 새로운 은신처를 찾으러 나가게 되고, 동네 이웃이었던 에밋(킬리언 머피)을 만납니다. 그놈들에게 가족을 잃은 에밋 역시 삶의 목표를 잃어버린 상태고, 그저 목숨만 유지하는 삶을 살고 있었을 뿐입니다. 그것들의 약점을 알게 된 첫째 리건은 그것들을 없애기 위해 밖으로 나서게 됩니다.
속편이 가져갈 수밖에 없는 규모의 키움을 스토리의 확장과 캐릭터의 성장으로 대체하면서 '전편보다 나은 속편'이 목적이 아닌 '전편을 확장하는 속편'이 되었네요.
[콰이어트 플레이스 2]는 살기 위해 그것들로부터 피하는 것과 함께 그것들을 없애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1편이 소리내면 반응하는 그것들로부터 도망치는 것이 영화의 포인트였다면, 2편은 그것들을 없애기 위한 리건의 이야기가 큰 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족을 지키기 위한 마커스의 성장도 있고요. 영화는 전편이 가지고 있는 장점은 그대로 살렸습니다. 타이밍의 싸움이랄까요. 그리고 속편이 가져갈 수밖에 없는 규모의 키움을 스토리의 확장과 캐릭터의 성장으로 대체하면서 '전편보다 나은 속편'이 목적이 아닌 '전편을 확장하는 속편'이 되었네요.
에밀리 블런트가 포스터의 중심을 차지하고는 있고, 킬리언 머피의 출연이 반갑기는 하지만, 실제로 이번 속편의 주인공은 첫째와 둘째 역을 맡은 밀리센트 시몬스와 노아 주프입니다. 존 크래신스키 감독은 엄마의 희생과 강함에다가 자식들의 성장까지 더하면서 이야기에 부담감을 덜고 풍성함을 안겨주었네요. 그리고 존 크랜스키가 2편에서는 아예 나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 나와서 더더욱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