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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저링 3: 악마가 시켰다 / The Conjuring: The Devil Made Me Do It (2021)

서던 (Southern) 2021. 6. 14.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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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살기 힘든 부부

 

새로운 이야기가 나오는 걸(모두가 아닌 제가) 기다리는 시리즈가 있습니다. 바로 제임스 완과 그의 사단이 탄탄하게 구축해 나가고 있는 '컨저링 유니버스' 시리즈죠. 퇴마사 부부인 워렌 부부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첫 번째 작품인 [컨저링, 2013] 이후 이 시리즈는 [컨저링] 본연의 시리즈를 이어가는 전략이 아닌 스핀-오프를 동시에 만들어가면서 하나의 세계관을 만들어갔습니다. 그래서 특이하게도 스핀-오프로 시작되었던 [애나벨] 시리즈가 [컨저링] 시리즈보다도 먼저 3편까지 만들어지기도 했죠. 그럼에도 이 세계관이 유지되고 있는 것은 탄탄하게 중심을 받쳐주는 '컨저링' 시리즈가 있기에 가능했습니다.

2013년 1편에 이어, 2016년 2편 그리고 2021년 드디어 3편으로 돌아온 컨저링. 워렌 부부의 세 번째 이야기는 앞선 시리즈와 달리 부제도 붙었습니다. 그리고 그 부제가 이번 시리즈를 명확하게 이야기해주기도 하죠. [컨저링 2] 이후 네 편의 스핀-오프가 만들어지고 나서 공개가 된 컨저링 세 번째 이야기의 가장 큰 변화는 물론 시리즈 중 처음으로 부제가 붙었다는 것도 있지만, 이 시리즈만큼은 감독 자리에서 내려올 것 같지 않았던 제임스 완 감독이 연출을 맡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어찌보면 '컨저링 유니버스'의 가장 큰 위기라도고 볼 수 있는 셈이죠. [애나벨] 시리즈와 [더 넌] 등과 같은 스핀-오프가 살짝 떨어진다고 해도 [컨저링] 시리즈가 귀신같이 그것을 메꿔주는 역할을 했었는데, 그것이 바로 제임스 완의 힘이었거든요.

제임스 완의 대체자로 이 작품을 연출한 사람은 마이클 차베즈 감독이었습니다. 마이클 차베즈 감독은 '컨저링 유니버스'의 가장 이질적인 작품인 [요로나의 저주]를 만든 사람으로 이 작품을 생각하면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서기도 했습니다. 사실 마이클 차베즈 감독 입장에서도 억울한 점은 있었습니다. [요로나의 저주] 같은 경우는 원래 '컨저링 유니버스'에 속한 작품이 아닌 독립적인 작품이었는데, 개봉 직전 '컨저링 유니버스'로 편입이 된 것이니까요(애나벨 시리즈 속 신부가 등장하는 장면 때문). 만들 때부터 '유니버스'에 속하는 것을 알고 만드는 것과는 천지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죠.

그런데 제임스 완 감독은 마이클 차베즈 감독에게 특별함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는 마이클 차베즈 감독이 "이야기에 감정을 불어넣는 능력과 공포에 대한 감각을 지닌 사람이고, 그가 '컨저링'의 새로운 감독으로서 적합하다"고 한 것을 보면요. 네, 제임스 완 감독의 이야기는 맞았던 것 같습니다. 마이클 차베즈 감독이 만든 [컨저링 3: 악마가 시켰다]는 기존 '컨저링' 시리즈와 견줘도 될 만큼 잘 뽑혔네요. [컨저링] 시리즈가 다른 공포 영화와는 달리 악마나 귀신이 아닌 워렌 부부 중심에서 사건을 풀어나가는 형식의 작품이었는데, [컨저링 3: 악마가 시켰다]는 좀 더 그 부분이 두드러졌던 것 같습니다.

[컨저링 3: 악마가 시켰다]는 '컨저링 유니버스' 중 처음으로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합니다. 악령이 들어간 소년에게서 악령을 빼내려는 워렌 부부의 퇴마 의식이 진행되는 도중, 남편인 에드 워렌은 죽기 직전까지 가게 됩니다. 그리고 그는 소년의 몸 속에 있던 악령이 소년의 누나 남친 어니에게 들어간 것을 알게 되죠. 그리고 어느 날 누나 남친인 어니는 살인을 저지릅니다. 워렌 부부는 그 살인이 어니가 아닌 어니 속에 들어간 악마가 저지른 짓이라고 생각하고 이를 증명하기 위해, 그리고 그 악마를 처단하기 위해 위험한 싸움을 벌입니다.

[컨저링 3]는 앞선 시리즈처럼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래야지 좀 더 무섭고, 호기심이 생기니까요. 그 사건과 함께 워렌 부부 사이의 이야기를 관객에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앞선 두 편의 컨저링 시리즈와는 달리 이번 3편에서는 워렌 부부가 무척이나 힘들어하는 것이 유난히 느껴집니다. 아마도 이는 자연스럽게 세대 교체 혹은 [컨저링] 시리즈의 마무리를 준비하는가 싶기도 한데, 특히 남편인 에드 워렌은 심장에 문제가 생기게 만듦으로써 언제 사라져도 이상하지 않게 해놨습니다. 아내인 로레인 워렌만이 등장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컨저링 3: 악마가 시켰다]는 사실에 기반을 한 이야기에 적절하게 공포라는 살을 붙여서 팝콘무비로서 충분히 제 역할을 했습니다. 마이클 차베즈 감독도 [요로나의 저주]로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던 본인의 능력을 잘 보여준 것 같고요. 유독 이번 시리즈는 공포 영화면서도 사랑의 힘을 강조하는 영화기도 했는데, 워렌 부부와 어니 커플의 이야기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사랑만 있다면 악마도 물리칠 수 있다는 것을 말이죠. 앞으로 이 시리즈가 어떻게 확장될 지는 모르겠지만, 영화 말미, 워렌 부부 창고에 있는 '발락(더 넌의 귀신)'과 '애나벨' 인형을 보니 이대로 끝나지는 않을 것으로 믿고 싶습니다. 이제 1980년대로 접어들었으니, 1990년대도 한 번 가는 거도 맞을 것 같고요.

재밌게도 빌리 아일리쉬의 'bury a friend' 뮤직비디오를 연출한 사람이 바로 마이클 차베즈 감독입니다. 감성 공포 분위기는 잘 만드는 사람 같기는 하네요.

The Conjuring: The Devil Made Me Do It / 컨저링 3: 악마가 시켰다

연출: 마이클 차베스

각본: 데이비드 레슬리 존슨-맥골드릭

원안: 제임스 완, 데이비드 레슬리 존슨-맥골드릭

출연: 베라 파미가, 패트릭 윌슨, 사라 캐서린 훅, 줄리안 힐리어드, 로우리 오코너

음악: 조셉 비스하라

촬영: 마이클 버지스

편집: 피터 그보즈다스, 크리스챤 와그너

제작: New Line Cinema, The Safran Company, Atomic Monster Productions

배급: 워너 브러더스

개봉: 2021년 6월 4일 (북미) / 2021년 6월 3일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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