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어진 시간에 너무 많이 채워 넣은
제작비 2억 달러짜리 영화를 코로나로 인해 과감하게 극장 개봉을 포기했다는 것은 분명히 이유가 있었을 것입니다. 좋은 쪽보다는 그렇지 않은 쪽이었겠죠. 그래도 믿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제작비 보존이라도 하고자 꽤 많은 영화가 스트리밍 서비스를 택했으니까요. 조금만 참고 극장 개봉을 선택했으면 했던 작품도 있었고, 그렇지 못한 작품도 있기는 했습니다. 스트리밍 서비스를 택해서 다행이라는 작품들이요.
영화 [내일의 전쟁]은 코로나가 일어나지 않은 상황이라고 가정하고 개봉했더라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었겠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입니다. 2억 달러 제작비를 회수할 수 있었을까?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들었고요. 아마존이 제작비에 준하는 금액으로 판권을 산다고 했을 때, 파라마운트 픽처스는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표정은 아쉬워하면서 사인했을 것 같은 상상이 되었습니다. 그만큼 기대했던 작품이었기에 아쉬움도 크네요.
[내일의 전쟁]은 크리스 프랫이 주연을 맡았고,[레고 무비]와 [레고 배트맨 무비]를 연출했던 크리스 맥케이 감독이 연출을 맡은 작품으로 우주 괴물이 나오고, 시간 여행을 하고, 딸을 구하고, 아버지와 화해하며, 동료를 위해 희생하는 등 박스오피스에서 성공한 영화들이 갖고 있는 모든 것이 담겨 있습니다. 재미 없으면 이상한 작품인 셈이죠. 정말 좋은 재료를 다 쏟아부은 셈이니까요. 영화 한 편이 하나의 유기체처럼 보이지가 않습니다. 구간 구간은 재밌는 것 같은데 하나로 봤을 때는 재미가 없었으니까요.
이 영화를 크게 나누자면, 미래에서 온 지구인들이 지구 멸망을 막기 위해 현재의 지구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 그리고 그 요청에 부름을 받은 주인공 댄(크리스 프랫)이 미래로 날아가 싸우다가 자신의 딸을 만나는 것. 그리고 미래의 딸에 부탁에 현재로 돌아와 미래의 전쟁을 막는 것 등입니다. 이게 하나로 잘 엮이지가 않습니다. 영화의 톤도 들쑥날쑥하고 전반부는 심각한 분위기의 아포칼립스 영화처럼 보이다가도 중간쯤 가면 쥬라기 월드 느낌이 나다가 마지막에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같기도 하고 말이죠. 크리스 프랫이 출연했던 모든 영화의 장르를 다 섞어 놓은 듯 합니다. 그러다보니 스토리를 따라가기도 힘들었는데, 어디에 장단을 맞춰야 할 지도 힘든 작품이 되었습니다.
아마존이 제작비에 준하는 금액으로 판권을 산다고 했을 때, 배급사인 파라마운트는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최대한 아쉬워하는 표정을 지으며 사인했을 것 같은 상상이 되었습니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이 한창이던 순간, 하늘에서 내려온 무장한 군인들. 그들은 자신들이 30년 뒤의 지구인이라며 2052년의 지구는 외계인 화이트 스파이크스에게 당해 인류가 멸망직전이라며 과거의 지구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과거의 군인들 역시 계속되는 희생이 이어지고, 결국은 일반인들고 강제 징집을 당하게 되는 상황에 이르죠. 댄 역시 강제 징집을 당하고, 현재를 위해 내일의 전쟁으로 뛰어듭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자신의 딸 뮤리. 뮤리는 화이트 스파이크스를 없애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었고 댄은 미래의 딸과 그 방법을 찾게 됩니다. 그리고 다시 현재로 돌아간 댄은 내일의 전쟁을 막기 위해 가족을 위해 화이트 스파이크스를 처단하러 떠나게 되죠.
할 말이 참 많은 작품입니다. 실제로도 말이 많습니다. 설정도 많고요. 시간 여행을 소재로 삼고 있고, 여기에 우주 괴물을 등장시키고 하는데, 가족간의 화해까지 다루다보니 이것 저것 많은 영화에서 보았던 것들을 다 가져온 듯하기도 하고요. 보면서 새롭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 것도 아마도 익숙한 장면 투성이어서 그랬었던 것 같습니다. 그것도 잘 엮으면 괜찮을텐데, 크리스 맥케이 감독은 그렇게 하질 못한 것 같기도 하네요. 그렇다고 크리스 프랫이 이 작품을 살릴 수 있을만큼의 매력을 보여주지도 못했고요.
결과적으로는 영화를 만든 제작사 입장에서는 최대한 손해를 줄이는 선에서 선방한 느낌이고, 아마존 입장에서는 크리스 프랫이라는 빅네임, 그리고 2억 달러짜리 초대형 블록버스터를 라인업에 두었다는 선에서 만족하는 느낌이지 아닐까 싶습니다. 결과적으로 가장 불만족인 것은 이 작품을 위해 아마존 프라임에 돈내고 가입한 저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