봤어요! - 무언가/2021년

#네 마음에 새겨진 이름 / 刻在你心底的名字 (2020)

서던 (Southern) 2021. 1. 12. 23:05
728x90
반응형

세월이 지나도 사랑이어라

2020년 대만에서 주목 받은 영화들이 2021년 연초에 연달아 국내에 공개되는 것이 흥미로워 자료 좀 살펴보다가 이 작품 [네 마음에 새겨진 이름]을 발견했습니다. 어디서 봤을까를 생각했었는데....그냥 쓱하고 지나쳤던 넷플릭스 신작 피드에 있던 작품이었습니다. 넷플릭스에 워낙 많은 작품들이 올라오다 보니까, 그냥 스쳐지나간 것이죠. 그런데 알고보니 이 작품, 2020년 대만 박스오피스에서 해외 영화 포함해서는 8위를 기록했고, 대만 영화로만 따지면 2위에 올랐을 정도로 흥행이 엄청 잘 된 영화였습니다. 참고로 2020년 대만 흥행 1위는 [고독의 맛]이었는데, 이 작품도 2월에 넷플릭스에서 오리지널 영화로 공개가 될 예정입니다.

영화 [네 마음에 새겨진 이름]은 한 마디로 절절한 로맨스 드라마입니다. [건축학개론]도 생각나고, [콜 미 바이 유어 네임]도 생각나고, [먼 훗날 우리]도 생각나고, [윤희에게]도 생각나고 애틋하면서 아련한 사랑 영화들도 떠오릅니다. 한 마디로 사랑 영화입니다.

이 작품은 사랑했지만, 서로의 마음을 알고는 있었지만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기가 어려웠던 두 사람의 이별 그리고 만남의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사실, 시놉시스만 보면 별거는 없습니다. 로맨스 드라마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도 않고요. 다만 이 작품이 결이 달랐고, 온도가 달랐고, 색감이 달랐던 것은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이 같은 성별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네 마음에 새겨진 이름]은 서로를 너무 사랑했기에 다가가려는 한 남성과 사랑하기에 밀어내려는 한 남성의 이야기입니다.

[네 마음에 새겨진 이름]은 1987년, 계엄령이 끝난 대만의 카톨릭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합니다. 수영장에서 만난 자한은 버디에게 특별한 무엇인가를 느낍니다. 자신이 남자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기 보다는 어느 순간부터 버디를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자한은 버디에게 끌리는 감정이 우정 그 이상임을 알고 있고, 버디도 그렇다고 믿고 있습니다. 버디 역시 자한을 매우 좋아합니다. 모든 것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죠. 다만 그는 자한의 우정 이상의 감정에 단지 우정으로만 대하려고 합니다. 자한은 자신의 사랑을 보여주려고 하고, 버디는 그 사랑을 받아들이지 못했기에 두 사람의 관계는 위태로워 지게 됩니다.

영화 [네 마음에 새겨진 이름]은 자신의 마음을 쉬이 표현하지 못하는 시대를 배경으로 서로를 너무 아끼지만, 이것이 우정인지 사랑인지 혼란스러워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절절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감정의 과잉보다는 그 순간순간 두 사람이 느끼는 결을 잘 표현했다고나 할까요. 두 사람을 사랑을 응원하면서도 자한의 마음도, 버디의 마음도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고등학교 시절 사랑하고 헤어진 두 사람이 30년이 흘러 재회하는 이야기를 보여주었다는 점입니다. 누군가에게는 굳이 있어야 할? 에필로그처럼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일 수는 있지만, 이 부분이 없었다면 전 그냥 계속 가슴 아팠을 것입니다. 30년이 지났어도 두 사람의 마음 속에 새겨진 서로를 잊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 것만으로도 감독에게 고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연출을 맡은 류광후이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영화로 풀어냈다고도 하는데, 그는 "관객들이 남들과 다를 바 없는 LGBTQ 커뮤니티의 진정한 사랑과 아픔에 공감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에 충분히 동의가 됩니다. 사랑에는 그 어떤 것도 없습니다.

-대만에서는 이 작품이 박스오피스 1위를 2주(연속 아닌 1주씩)나 했다고 하는데, 놀랍기는 합니다. 아무리 좋은 영화라도 이렇게 본격적인 LGBTQ 영화가 1위하기는 쉽지 않을텐데 말이죠. 하긴 [나의 EX]도 박스오피스 1위를 했었으니...

-이 영화는 엔딩 크레딧까지 절대 놓치면 안 됩니다. 두 사람의 이야기가 계속 보이거든요. 주제곡이 너무 좋아서 그것도 다 듣고 싶기도 하고요.

-주연을 맡은 천하오썬은 금성무와 재커리 퀸토를 묘하게 닮았네요.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