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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아니다, 별로 아니다, 가끔 그렇다, 항상 그렇다 (2020)

봤어요! - 무언가/2021년

by 서던 (Southern) 2021. 9. 4.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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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혼자라고 느끼십니까?

2020년 선댄스 영화제에서 가장 화제를 모은 작품은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였습니다. [미나리]는 심사위원 대상과 관객상을 받으며, 작은 영화의 힘을 제대로 보여주었죠. 한국 이민 세대의 이야기를 그린 [미나리]는 윤여정 배우에게 아카데미 여주조연상을 안겨주기도 했었고요. 물론 영화도 좋았고, 반응도 좋은 것은 당연했지만 [미나리]가 한국과 연관이 있다보니 [미나리]가 유독 도드라져 보이긴 했습니다. 그런데 선댄스 영화제에서는 다른 작품들도 있었습니다. [미나리]만큼 좋은 평을 들었던 작품들 말이죠. 그중 한 편이 바로 [전혀 아니다, 별로 아니다, 가끔 그렇다, 항상 그렇다 Never Rarely Sometimes Always]입니다. [미나리]와 함께 대상 후보에 올랐지만, 대상은 받지 못하고 선댄스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은 이 작품은 [미나리]만큼이나 상복이 꽤나 많은 작품입니다. 그만큼 만듦새가 꽤 좋다는 이야기기도 하죠.

이 작품은 2020년부터 2021년까지 전 세계에서 있던 수많은 영화제에서 약 130개 부문 후보에 올라 28개의 상을 받았는데, 그 중 가장 무게감이 있는 상은 제70회 베를린 국제 영화제에서 받은 은곰상(작품)입니다. 살펴보니, 70회 베를린 국제 영화제에서 홍상수 감독이 감독상을 받기도 했네요.

상 많이 받는 작품은 매년 나오기는 하지만, 이 작품에 주목할 이유는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영화를 선택할 때 어느 정도는 믿고 보는 로튼토마토 지수인데요. 이 작품의 지수는 99%라는 점이죠.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230여개에 가까운 리뷰가 올라왔음에도 로튼 지수가 99%라는 점은 무조건 봐야할 이유를 만들어주기는 한데, 흥미로운 점도 있었습니다. 로튼 토마토의 일반 관객 지수는 51%라는 점입니다. 이렇게 되면 '이걸 봐야하나 말아야하나 싶은 작품이 되는데...'. 그렇지만 봤습니다. 우선 제목에 끌렸고, 로튼 토마토 지수를 믿었으니까요.

"영화 [전혀 아니다, 별로 아니다, 가끔 그렇다, 항상 그렇다]는 원치 않는 임신을 한 17세 소녀 오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작은 도시에 살고 있는, 유일하게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사촌 스카일라를 제외하고는 오텀을 이해해주는 사람도(가족조차도), 오텀에게 관심을 주는 사람도 없습니다. 어느 날, 몸 상태가 이상하다는 것을 감지한 오텀은 동네 의료 기관에서 자신이 임신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오텀. 누구도 오텀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기에 오텀은 가족에게 말할 기회를 엿보지만 포기합니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던 오텀은 다시 한 번 병원을 찾고, 임신 10주라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그리고 오텀은 임신 중단을 선택하기로 합니다. 문제는 오텀이 살고 있는 펜실베니아 주에서는 부모의 동의 없이, 임신 중단 시술이 어려웠다는 점입니다. 오텀의 상황을 우연치 않게 알게 된 스카일라는 오텀의 손을 잡고, 임신 중단이 가능한 뉴욕으로 향합니다."

영화 제목이 길기는 했지만 낯설지 않습니다. 어디선가 본 듯 했거든요. 생각해보니 우리가 종종 만나는 설문지에서 만나는 답변이었습니다. ①전혀 아니다 ②별로 아니다 ③가끔 그렇다 ④항상 그렇다 이렇게 말이죠. 

영화를 보는 사람은 영화의 제목을 오텀이 임신 중단을 위한 사전 조사 과정에서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제목은 이 소녀에게는 너무 가혹한 선택지기도 하죠. 오텀의 안전을 위한다는 명분아래, 상담사는 "최근 1년 간 상대가 콘돔 착용을 거부한 적이 있나요?"라는 질문으로 시작하고, 오텀에게 ①전혀 아니다 ②별로 아니다 ③가끔 그렇다 ④항상 그렇다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합니다. 그리고 오텀은 질문에 대한 답을 하기를 힘들어하면서 꾹 눌러왔던 감정이 폭발합니다. 무미 건조한 질문과 그에 맞는 답을 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오텀은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겠죠. 단지 이런 방식은 아니었겠지만요. 무엇보다 정답을 찾는것이 쉽지는 않았으니까요.

영화는 오텀과 고마운 친구 스카일라의 이 여행은 매우 차분하게 그러내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오텀이 결정해야 하고, 이 모든 것은 오텀이 책임져야 하다 보니, 영화의 분위기도 오텀의 마음처럼 무겁습니다. 오텀은 여전히 어른이어야 하고 주체가 되어야 하는 상황이 버거운데 말이죠. 이 모든 것의 책임을 온전히 자신이 져야 하는 것도 그렇고요. 두 사람의 여행은 여타 다른 로드무비처럼 경쾌하지 않습니다. 두 사람의 어렵게 마련한 돈으로 시술비로 다 써야했고, 빈털터리가 되는 바람에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이 되고, 어렵게 돈을 마련하고 그리고 임신 중단을 합니다.

오텀이 집으로 돌아간다고 해서 삶에 극적인 변화가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17세 소녀 오텀이 가장 고민하고 힘들어했던 그리고 원치 않았던, 아무도 들으려 하지 않았던 이야기는 혼자 품었을뿐이니까요. 스카일라가 곁을 지켜주긴 하겠지만 오텀은 더 깊은 이야기는 스카일라에게도 터놓지 않을 것입니다.

결국 이 영화는 보는 모든 사람에 묻는 것 같았습니다.

당신은 혼자라고 느끼나요?

①전혀 아니다 ②별로 아니다 ③가끔 그렇다 ④항상 그렇다

그리고 하나 더...

당신은 로튼 지수를 믿나요?

①전혀 아니다 ②별로 아니다 ③가끔 그렇다 ④항상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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