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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딕 존슨이 죽었습니다 / Dick Johnson Is Dead

봤어요! - 무언가/2020년

by 서던 (Southern) 2020. 12. 19.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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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아름다운 것만 준다면 참 쉬웠을 것이다. 하지만 사랑하면 서로를 잃는 고통도 마주해야 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딕 존슨이 죽었습니다]는 죽음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제목만 놓고 봤을 때는 딕 존슨이라는 대단한 사람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겠거니 했습니다.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인데, 죽었거나 아니면 그 사람은 나쁜 사람인데 죽었거나 하는 걸로 생각했죠. 한국에서는 잘 모를, 미국에서는 꽤 유명인의 죽음을 다룬 이야기겠거니 했습니다.

어느 정도는 맞긴 했습니다. 다만 딕 존슨은 유명인도 아니고, 죽지도 않았습니다. 맞는 사실은 딕 존슨은 좋은 사람이고, 그리고 산 날보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죠. 딕 존슨이라는 한 인물이 죽음을 받아들이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의 딸이자 이 영화를 찍는 커스틴 존슨 감독도 그렇고요. 가족이면서 이 다큐멘터리 연출자기도 한 커스틴 존슨 감독은 아버지의 죽음에 관한 작품을 남기기로 합니다. [딕 존슨이 죽었습니다]는 아버지의 인생의 마지막을 아버지와 딸이 함께 만든 작품입니다.

정신과 의사였고, 이제는 은퇴한 1932년 생의 리차드 존슨 씨는 인생의 마무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죽을 병에 걸리지도 않았습니다. 동년배의 그 어떤 할아버지보다도 건강하지만 딕 존슨 씨에게도 조금씩 어둠의 그림자가 다가오긴 했죠. 7년 전 아내를 알츠하이머로 잃고 난 이후 딕 존슨 씨에게 치매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딸인 커스틴 존슨 감독은 아버지 딕 존슨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태연하게 자연스럽게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고, 그 이야기를 담기로 합니다.

아버지도 자신에게 닥친 현실을 이해하고, 딸 역시 이 현실을 이해하려 하죠. 이 다큐멘터리는 떠난 가족, 떠날 가족, 남겨진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이쯤되면 눈물 꽤 쏟아낼 줄 알았는데, 특이한 것은 이 이야기를 시종일관 유쾌하게 다룬다는 점입니다. 그것은 아마도 이 다큐멘터리에서 딕 존슨 할아버지가 직접 다양한 형태의 죽음을 체험하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기도 할 것입니다. 길을 가다가 떨어진 모니터에 맞아서 즉사하고, 관에 들어가서 미리 죽어보기도 하고, 계단에서 굴러 온 몸이 부러져 죽기도 합니다. 목에서 피가 철철 흘러넘쳐 죽기도 하죠. 이런 촬영을 하면서 죽음을 연기하는 아버지와 카메라를 들고 있는 딸은 끊임없이 대화합니다. 딸은 그런 아버지를 늘 바라봅니다. 그리고 이 두 사람 사이의 연결 고리를 더 튼튼하게 해주는 것은 알츠하이머로 세상을 떠난 아내이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기도 하고요.

커스틴 존슨 감독은 아빠에게 한 가지 소원을 들어준다며, 멋진 발을 갖게 해준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딕 존슨 할아버지의 발은 정상적인 모습은 아니었고, 그것이 컴플렉스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딸이 큰 맘 먹고 이 다큐멘터리에서만은 멋진 발로 바꿔준다고 하죠. 아빠의 소원이었던 만큼. 딕 존슨 씨는 내가 그런 소원을 빌었냐고 물었고, 딸 커스틴 존슨은 그랬다며, 사실은 아버지가 세계 평화를 빌 줄 알았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딕 존슨 할아버지는 '소원이라면 네 엄마가 안 죽길 빌겠다"고 이야기하죠. 그러면서 이어진 촬영에서 딕 존슨 아저씨의 모든 소원을 한 번에 이뤄주는 마법(?)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이 다큐멘터리는 딕 존슨 할아버지의 가장 아름답고 멋진 모습을 모두 기록으로 남겨둡니다. 그리고 그 기록에는 다가오는 죽음, 받아들여야 하는 죽음이 함께 하고 있죠. 죽음은 피할 수 없고, 우리의 일부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과정이라고 보입니다. 다큐멘터리 말미에 딕 존슨 할아버지는 자신이 주변에 짐이 된다고 걱정합니다. 그는 자신의 더 상태가 더 나빠졌을 때, 더 많은 걱정을 하게 만들 것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하죠. 딸인 커스틴 존슨은 아버지에게 묻습니다 "엄마처럼 (상태가 더 나빠져) 소통 못해도 살고 싶냐"고. 딕 존슨 할아버지는 웃으면서 "살고 싶다"며, "그래도 너에게 안락사는 허락해준다"고 하기도 하죠. 이렇게 죽음을 이야기하면서 웃음이 함께 하기에 이 다큐멘터리는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두 부녀 사이가 각별한 것도 있겠죠.

결국 이 다큐멘터리가 말하는 것은 작품 속에서 나온 말처럼 "사랑이 아름다운 것만 준다면 참 쉬웠을 것이다. 하지만 사랑하면 서로를 잃는 고통도 마주해야 한다."라는 것일 것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하는 과정을 담은 [딕 존슨이 죽었습니다]는 많은 사람이 지나치지 말고 꼭 봤으면 합니다. 눈물과 웃음이 함께 하는 묘한 감정이 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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