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래요? - coming SOON/2026년

왕 앞에 선 농민들, 폴 그린그래스의 <더 업라이징>은 중세의 반란을 어떻게 되살릴까

서던 (Southern) 2026. 7. 17.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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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The Uprising / 더 업라이징
연출
폴 그린그래스
각본
폴 그린그래스
출연
앤드루 가필드, 제이미 벨, 스티븐 딜레인, 톰 홀랜더, 코스모 자비스, 토마신 매켄지, 조니 리 밀러, 우디 노먼, 캐서린 워터스턴 외
제작
Blumhouse-Atomic Monster, Thank You Pictures, Supernix
배급
포커스 피처스
개봉
2026년 9월 11일 (북미)
 

-폴 그린그래스 감독이 다시 한번 역사의 격변 속으로 관객들을 데리고 간다. <본> 시리즈로 새로운 액션 문법을 만들었던 그는 이후, <블러디 선데이>(2002), <유나이티드 93>(2006), <7월 22일>(2018)로 현실의 비극을 다큐멘터리적 긴장감으로 재현해왔다. 그리고 이번에는 14세기 잉글랜드로 시선을 돌렸다. 신작 <더 업라이징 The Uprising>의 이야기다.

연출과 각본은 폴 그린그래스가 맡았고, 제작에도 이름을 올렸다. 그린그래스는 지난 20여 년간 제도가 무너지고, 공포가 번지고, 평범한 사람들이 원치 않아도 역사 속으로 끌려 들어가는 이야기를 꾸준히 만들어온 감독이다. <더 업라이징> 역시 그 궤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14세기 잉글랜드의 반란과 생존을 다룬 이번 작품은 갑작스러운 장르 전환이라기보다, 그가 오랫동안 다뤄온 주제의 또 다른 변주처럼 읽힌다.

<더 업라이징>은 1381년 잉글랜드에서 일어난 농민 반란(Peasants’ Revolt), 이른바 대반란(Great Revolt)을 다룬다. 잉글랜드 중세사에서 가장 중요한 대중 봉기 중 하나로 꼽히는 사건이다.

 

농민 반란 사건이란?
발단에는 흑사병 이후 무너진 사회 질서가 있었다. 1348년경 유럽에서 건너온 흑사병으로 잉글랜드 인구의 3분의 1에서 절반 가까이가 목숨을 잃었다. 노동력이 급격히 줄어들자 살아남은 농민들은 더 높은 임금을 요구할 수 있는 위치에 섰지만, 왕실과 지배층은 임금을 예전 수준으로 묶어두는 법을 강행하며 이들의 불만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결정타가 된 것이 1380년 도입된 인두세였다. 이전보다 훨씬 무거워진 이 세금은 소득과 관계없이 일정 연령 이상의 사람들에게 균일하게 부과됐고, 평민 가정에는 감당하기 힘든 부담이었다.
1381년 5월, 에식스 브렌트우드와 포빙 일대에서 세금 조사와 징수 문제를 둘러싼 충돌이 벌어지며 사태가 폭발했다. 마을 사람들이 징수관에게 저항했고, 이 움직임은 곧 켄트 지역으로 번졌다. 그리고 이 반란의 얼굴이 된 인물이 바로 와트 타일러(Wat Tyler)다. 백년전쟁에 참전했던 전직 군인으로 알려진 그는 반란군을 이끌고 캔터베리로 진격해 메이드스톤 지역에 투옥된 설교자 존 볼을 풀어줬고, 이후 런던을 향해 행진했다.
1381년 6월 13일, 켄트 지역 반란군은 런던에 입성했다. 반란군은 플랑드르 상인들을 살해하고, 왕의 숙부인 곤트의 존이 소유한 사보이 궁을 불태웠다. 다음 날, 당시 열네 살이었던 리처드 2세는 마일 엔드에서 반란군과 직접 만나 농노제 폐지와 토지 자유화 등 그들의 요구를 전격 수용했다. 하지만 왕이 자리를 비운 사이, 다른 반란군 무리가 런던탑을 습격해 로드 챈슬러를 겸한 캔터베리 대주교 사이먼 서드베리와 재무장관 로버트 헤일스를 처형했다.
사건의 결정적 순간은 6월 15일, 스미스필드에서 벌어진 두 번째 회동이었다. 와트 타일러는 다시 왕과 마주해 농노제의 완전한 폐지와 교회 토지의 재분배를 요구했다. 그런데 협상 도중 런던 시장 윌리엄 월워스가 타일러를 칼로 찔러 죽였다. 지도자를 잃고 동요하는 반란군 앞에서, 어린 왕 리처드 2세는 침착하게 말 위에 올라 “내가 너희의 지도자다. 나를 따르라”고 외치며 상황을 수습했다. 결국 왕이 내걸었던 약속들은 “협박 아래 이뤄진 것이므로 무효”라는 논리로 대부분 파기됐고, 반란은 몇 주 만에 잔혹하게 진압됐다. 인두세는 철회됐지만, 농민들이 요구했던 근본적인 변화는 실현되지 않았다.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이 사건은 이후 잉글랜드 역사에서 오랫동안 상징적 의미를 지녔다. 평민들이 왕과 직접 대면해 자신들의 권리를 요구했다는 사실 자체가, 봉건 체제 아래 눌려 있던 목소리가 처음으로 역사의 표면 위로 떠오른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1381년 농민 반란은 단순한 폭동이 아니라, 중세 사회의 균열을 드러낸 사건으로 기억된다.
 

북미 배급을 담당한 포커스 피처스는 이 영화를 '리처드 2세의 폭정에 맞선 격렬한 반란의 알려지지 않은 실화'를 다룬 작품으로 소개하고 있다. 큰 의미가 있는 역사적 사건이기는 하나,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이 봉기를, 그린그래스가 어떤 시선으로 되살려낼지가 관전 포인트다. 그는 언제나 거대한 사건보다, 그 사건 한가운데 놓인 사람들의 선택과 공포를 더 오래 바라봐온 감독이다. <더 업라이징> 역시 왕과 반란군의 대결만을 보여주는 영화는 아닐 것이다. 제도의 균열 속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왜 거리로 나왔는지, 무엇을 요구했는지, 그리고 그들의 목소리가 왜 끝내 진압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따라가는 영화가 될 가능성이 크다.

사실 이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2022년 5월, <더 후드>라는 제목으로 프로젝트는 시작되었고,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주연을 거론되었으나 별다른 소식이 없다가 2025년 <더 레이지>라는 제목으로 다시 이 프로젝트는 시작되었다. 주연 배우는 매튜 맥커너히로 캐스팅되었고, 제이슨 블럼이 이끄는 블럼하우스가 제작에 참여하면서 속도가 붙기 시작한다. 그러나 주연이었던 매튜 맥커너히가 하차하게 되면서(폴 그린그래스 감독과 매튜 매커너히는 그 사이 <로스트 버스>를 함께 했다) 다시 이 프로젝트가 사라지나 했었는데, 다행스럽게도 앤드류 가필드가 캐스팅되었고, 제목 또한 <더 업라이징>으로 바뀌게 되었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로 유명하기도 하지만, 앤드류 가필드는 <틱, 틱… 붐!(Tick, Tick... Boom!)(2021)> 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던 연기력도 인정받는 배우기도 한데, 이번 작품에서 왕권에 맞서 반란을 이끄는 평범한 농부 와트 테일러를 연기한다.(연기상 하나쯤은 거머쥘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리고 그와 함께 제이미 벨, 스티븐 딜레인, 톰 홀랜더, 코스모 자비스, 토마신 매켄지, 조니 리 밀러, 우디 노먼, 캐서린 워터스턴이 이 영화에 함께 참여하고.

<더 업라이징>은 폴 그린그래스가 가장 잘하는 방식으로 중세를 현재형으로 되살리는 작품이 될 듯하다. 시대는 1381년이지만, 질문은 여전히 지금의 관객에게 닿아 있다. 역사는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고, 미래의 길을 제시하는 나침반이라고도 하지 않는가. 아마도 폴 그린그래스는 사람들이 잘 몰랐던 사건을 끄집어 내 알려주는 것보다는 지금을 사는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달하려고 이 작품을 만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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