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글로리 / The Glory
연출: 안길호
극본: 김은숙
출연: 송혜교, 이도현, 임지연, 염혜란, 박성훈, 정성일, 차주영, 외
제작: 화앤담픽쳐스
제공: 넷플릭스
플랫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공개일: 파트 1 - 2022년 12월 30일 (전 세계) / 파트 2 - 2023년 3월 10일 (전 세계)
-송혜교라는 이름보다는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의 김은숙 작가와 [비밀의 숲]을 만든 안길호 PD가 만난 작품이라는 것에 눈길이 간다. 두 사람의 조합은 어떤 모습일 지가 궁금해지는 작품이랄까. 물론 어떤 배우가 출연하느냐도 중요하기는 하다. 다만 김은숙 작가 작품도, 안길호 PD도 연출했던 작품들이 남성 캐릭터에 좀 더 힘이 실릴 수밖에 없는 작품이었다면, 이번에는 이름값만 보더라도 송혜교에게 모든 것을 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것이 과연 이 시리즈에게 득이 될 지, 독이 될 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불확신 때문인지 글쓴이와 만든이의 조합에 관심이 더 가는 것.
[더 글로리]는 고등학교 시절, 괴롭힘에 시달렸던 여자가 시간이 흐른 후, 가해자들에게 치밀한 복수를 행하는 이야기로 사랑이라는 것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을 수도 있는 드라마기도 하다.
송혜교 외에 이도현, 임지연, 박성훈, 염혜란 등의 나름 좋은 배우들을 전면에 배치했다. 다만 송혜교 외에 내놓을 수 있는 강력한 펀치가 없다는 점이 아쉽기는 하다. 김은숙 작가와 안길호 PD가 생각하는 그림에는 송혜교라는 사람만 있어도 충분히 시청자들을 설득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에 만들었겠지만.
<더 글로리> 시놉시스
미혼모의 딸로 태어나 가난했으므로 모진 학교 폭력을 당한 동은.
웃음을 잃었고 영혼은 가루처럼 부서졌다.
죽기 좋은 날씨여서 죽으러 갔었다.
그날 동은을 살린 건 어쩌면 안개였다.
짙은 농무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축축한 옷 속에서 팔과 다리의 흉들이 가려웠다.
날을 잘못 골랐다고 울다가 그런 스스로가 너무 불쌍해서, 외려 웃고 말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왜 나만 죽어야 하지?
용서는 없다.
그 누구도 천국에 들지 못하겠지만.
온실 속의 화초란 말은 아마도 여정을 두고 만든 말일지도 모른다.
싱그럽게 웃고 때때로 하늘거리며 달콤한 향기를 가졌다.
평생이 난동(煖冬)이라 밖이 그리 추운지 몰랐던 여정은
악몽 같은 사건을 겪고 난 후 지독한 겨울을 버텨내고 있었다.
그리고
동은의 팔과 다리의 흉을 보고 여정은 결심한다.
동은의 왕자님이 아닌 칼춤을 추는 망나니가 되기로.
그래서 손에 든 메스를 조금 다르게 써 보기로 한다.
원래의 계절에 맞게 이제부터 아주 차가워질 작정이다.
태어나 보니 세상은 이미 연진의 편이었다.
하물며 끔찍한 학교폭력을 저지르고도 부모의 비뚤어진 자식 사랑 덕에
잘못에 대해 반성하려는 그 어떤 노력조차도 할 필요가 없었다.
그렇게 연진은 일생이 백야였다.
하지만 연진은 알지 못했다.
백야가 있는 동안 그 반대의 반구에서는
극야(極夜)의 시간을 견뎌야 한다는 걸.
극야(極夜)의 시간을 견딘 동은이
연진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오는 중이란 걸.
처음엔 내 잘못인 줄 알았다. 사람들도 그렇다고 했다.
참으면 되는 줄 알았다.
버티면 나아질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현남은 결심했다.
너울이 무서운 이유는
예측이 어렵고 파고가 낮아지는 물결이라
잔물결도 없이 잠잠하다 일순간에 모든 걸 삼켜버리기 때문이다.
어쩐지 문동은이란 저 여자가 그 방법이 될 것 같다.
도영에게 삶은 바둑판처럼 선명했다.
아군과 적군. 내 식구와 남의 식구. 예스 아니면 노.
흐릿한 것이 끼어들 수 없는 흑과 백의 세상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안개처럼 흐릿한 한 여자가 자꾸만 궁금해지더니,
급기야 태양을 따라 도는 해바라기처럼 그 여자를 쫓고 있었다.
도영은 안다.
인생에서도 대국에서도, 백보단 흑이 유리하단 걸.
평생 흑만 잡아 왔었는데 지금 도영은 백을 잡고 있다.
가는 곳마다 눈에 띄고, 눈에 띄는 모든 순간 ‘갑’으로 살고 있는 재준.
술 아니면 여자, 여자 아니면 도박, 도박 아니면 폭행으로
변호사와 만나는 시간이 더 많지만
그렇게 살아도 부는 매일매일 쌓여간다.
그런 재준이 미치도록 가지고 싶은 것이 생겼다.
그것이 동은이 계획한 덫이라는 것을 알지만 멈추기에는 이미 늦어 버렸다.
-넷플릭스: 문동은(송혜교), 주여정(이도현), 박연진(임지연), 강현남(염혜란), 하도영(정성일), 전재준(박성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