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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보와 털보 / The Hungry and The Hairy (2021)

봤어요! - 무언가/2021년

by 서던 (Southern) 2021. 12. 11.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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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땠어? 좋았어

<무한도전>에서 <놀면 뭐 하니?>까지 유재석이 중심에 있는 것은 분명했지만, 이 쇼를 기획하고 만들고 그 팀을 이끈 것은 김태호 PD였습니다. 나영석 PD와 함께 이름만으로도 브랜딩 되는 몇 안 되는 PD 기도하죠(솔직히 두 사람뿐이라는 생각이지만). 그런 그가 드디어(?) MBC를 떠난다는 소식은 충격이었습니다.

르브론 제임스처럼 '자신의 재능을 사우스비치로 가져간다'라며, 다른 방송국으로 간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일은 아니었지만, 그는 '자신의 재능으로 만든 콘텐츠를 가져갈 곳이 오라'고 한 것처럼 독립합니다 그리고 김태호라는 브랜드를 제대로 론칭하겠다고 선언한 셈이죠. 어디에도 적을 두지 않고 말이죠. 그게 제일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분명히 그에게 엄청난 제안들이 오갔을 텐데 말이죠.

그래서 나온 첫 작품이 바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버라이어티 [먹보와 털보]입니다. 넷플릭스 코리아의 오리지널 콘텐츠 중 영화, 드라마 등은 확실하게 어느 정도 레벨에 올라선 것은 확실한데, 아직 버라이어티 쇼 쪽에서는 확실한 한 방이 없는 상태였죠. 그러는 중에 김태호라는 이름을 내세운 쇼 [먹보와 털보]가 '짠'하고 나온 겁니다. <무한도전>의 아픈 손가락이라고 생각되는 노홍철과 이제는 더욱 편해진 왕년의 슈퍼스타 비를 주인공으로 내세웠죠. 김태호 PD의 도전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MBC를 떠나서 만든 첫 번째 쇼를 넷플릭스에서 한 것도 그렇고, 그의 동반자인 유재석 없이 만들었다는 점에서도 그렇죠. 플랫폼인 넷플릭스도, 콘텐츠 공급자인 김태호도 새로운 도전을 한 셈이죠. 김태호 PD팬, 무한도전 팬 입장에서도 이 쇼를 보는 것도 일종의 도전이기도 했고요.

[먹보와 털보]의 콘셉트는 단순합니다. 털보(노홍철)와 먹보(비) 두 사람이 바이크를 타고 전국을 여행하면서, 맛있는 것 먹고, 재밌는 것 보고 즐기고 그리고 쉬는 것입니다. 시청자들에게는 코로나 시대에 여행에 대한 대리만족을 줄 수도 있고, 이 시대가 끝나고 나면 한 번쯤 갈 수 있는 계획을 세우게끔 만들어주기도 하겠죠. 총 10개의 에피소드로 이뤄진 [먹보와 털보]는 1화인 4월 제주 편을 시작으로 부산, 강원, 경주, 남해 등을 다니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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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큰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유사한 컨셉의 프로그램이 없었던 것도 아니었으니까요. 여행 가서 맛난 거 먹고, 웃음과 힐링을 주는 쇼들은 많았죠. 당장 이 쇼가 나오면서 EBS에서 방영 중인 <신계숙의 맛터사이클 다이어리>와의 유사성 논란도 있기도 했죠. 뭐 저도 보기 전에는 느낀 것은 스티브 쿠건과 롭 브라이던이 함께 하는 '트립 투 스페인, 잉글랜드, 이탈리아' 시리즈와 이완 맥그리거와 찰리 부어먼이 함께 했던 <롱 웨이 라운드, 업, 다운> 시리즈가 생각났습니다. 가만히 보면 오히려 <트립 투> 시리즈와 <롱 웨이> 시리즈를 합친 느낌이 나긴 합니다. 그런 거 다 무시하고 일단 보면서 조금이라도 웃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봤습니다.

어라, 그런데 이 쇼 재밌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들은 주로 에피소드 1화에서 정주행 여부가 결정을 하는 편인데, [먹보와 털보]는 1화부터 좋았습니다. 정주행 결정을 바로 할 수 있게 1화 '4월 제주 I'편에서는 두 사람이 이 프로젝트의 시작과 함께 첫 여행지로 제주도를 선택해 떠나서 제주 여행 3일 중 1일에 해당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67분의 러닝타임이 짧지 않다고 할 수 있는데, 보고 있으면 시간은 훌쩍 지나갑니다. 러닝타임내내 쉬지 않고 떠다는 노홍철과 의외로 재밌는 비의 조합이 좋습니다. 외향적 에너지와 내향적 에너지의 조화가 잘 이뤄졌다고나 할까요. 게다가 무조건 먹히는 아이템인 이상순(이 시리즈의 음악 감독)과 이효리의 출연도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게 2화부터 10화까지도 한결 같이 이 톤앤 매너를 유지합니다. 그게 바로 이 쇼의 장점이기도 합니다 두 사람을 데리고 과도한 미션을 주지도 않습니다. 자연스럽게 부담감을 덜해준 것이기도 하죠. 그냥 두 사람이 갖고 있는 장단점을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내버려두죠. 아쉬운 것들은 멋진 풍경과 맛있는 음식들 그리고 이 시리즈의 씬스틸러 이효리-이상순 부부기도 하고요. (이하늬도 있긴 하네요)

 

그런데 무엇보다도 [먹보와 털보]의 또 다른 주인공은 화면 가득 채운 자막입니다. [무한도전]과 [놀면 뭐 하니?]에서도 김태호 PD의 자막 활용은 워낙 정평이 나있기는 했는데, 이번 [먹보와 털보]에서의 자막 활용과 효과 그리고 강렬함은 상상을 초월하네요. 그냥 그렇게 보이는 에피소드와 대화들도 이 자막이 특별하게 만들어 줍니다. 그리고 그 자막은 확실하게 이 쇼가 다른 쇼와의 차별점이고요.

역시 김태호 PD의 감각은 대단하고, 어쩔 수 없이 제약이 많은 방송국에서 벗어나니, 하고 싶은 이야기를 어떻게 보여줄지를 일단은 맛보기로 시청자들에게 보여주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유재석 없이도, 출연자의 캐릭터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것도 귀신같이 아는 사람이라는 것도 느꼈고요. 물론 이게 단순히 김태호 PD 혼자서가 아니라 크레디트에서도 나오는 것처럼 TEAM TEO의 공이 크다고 할 수 있는데요. [먹보와 털보]는 앞으로 TEAM TEO가 보여줄 다른 것들에 대한 기대치도 확실히 높여주었습니다.

그들에게는 이렇게 방송국의 눈치 안 보고, 매주 프로그램 하나에 득달같이 달려드는 심하다 싶은 시청자들에게도 휘둘리지 않는 환경이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익숙하면서도 다른 그래서 새로운 쇼 [먹보와 털보]는 TEO 사단의 기분 좋은 시작이라고 보이고 박수를 보내주고 싶네요. 어서 이 코로나가 사그라들어서, 시즌제로 이어졌으면 좋겠네요. 동남아시아, 유럽, 미주 대륙 등 할 건 많으니까요. :)

*정주행 중에 이렇게 리뷰를 남기고 싶은 마음이 드는 쇼는 오랜만입니다.

*진짜 넷플릭스는 노홍철에게 평생회원권 줘야 합니다.

*이상순 외할아버지께서 해운대암소갈비의 사장님(현재는 외삼촌이 운영)이었다는 사실에 놀라기는 했습니다.

*시즌 2는 아니더라도 외전으로 '효리와 상순' 하나 만들어주면 어떨까 싶네요

*마지막 에피소드에 깜짝 등장하는 그 형님으로 인해, 이건 뭐 시즌 2는.....확정인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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